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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ry

170622_종강 후 집에서_하숙집보다 본가가 좋은 이유

약 일주일 전, 나는 종강을 했다. 나는 학교라는 곳으로부터 일시적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사실 '자유의 몸'이라고 칭하는 것도 참 웃긴게 자발적으로 들어간 학교이고, 심지어 돈을 내면서 다니는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방학을 사랑한다. 부모님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학에 등록금으로 매학기 쏟아붓는 금액을 생각하면 왜 이렇게 빨리 종강을 하는건지, 수업일수는 왜 이렇게 짧은지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철이 없는 나로서는 종강이 나에게 안겨주는 건 행복이다. 종강을 하고, 난 본가에 왔다. 내 하숙방은 방 자체만 생각하면 꽤 좋은편이다. 대학가에서 그 정도의 가격에 그 정도의 방크기라면 꽤나 합리적이고 오히려 저렴한 편인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평균보다 좋은 하숙집이 있지만 나는 본가가 제일 좋다. 그 이유는 약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1. 답답한 하숙집과 달리 본가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의 범주가 크다. 

이는 평수가 더 넓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양한 공간들이 존재한다는 의미도 있다. 하숙집에서 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은 나의 방 밖에 없다. 306호인 나의 방 말이다. 하지만 본가에는 총 방이 네개가 있다. 안방, 큰오빠방, 작은오빠방, 그리고 내 방이 있다. 이 방 중에 내가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은 안방밖에 없지만 일단 그것만으로도 나는 매우 기쁘다. 이렇게 개개인의 공간만이 있는게 아니라 커뮤니티 스페이스 (공동체 공간이라 하기에는 어색하다)가 있는 곳이 바로 집이 아닌가! (있어보이려고 일부로 나는 커뮤니티 스페이스라는 딕션을 사용했다)

첫번째 커뮤니티 스페이스는 바로 거실이다. 우리 집 거실은 엄빠의 서재와도 같은 공간이다. 책장이 빼곡히 있고, 다섯명의 가족이 다같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흰 쇼파와 대리석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그 거실의 메인 유저는 나이다. 하하하하하하. 그래서 나는 해야할 일이 있다던가 딴짓을 하고 싶다던가 (사실 이 말은 잠을 자지 않을 때 내가 집에 있다면 항상 난 거실에 있다는 말과 같은 의미이다) 하면 거실의 대리석 테이블에 앉아 나의 노트북을 두드리거나, 손으로 일기를 쓰거나, 누군가를 불러내어 같이 이야기를 한다던가 (주로 엄마)한다. 우리 가족이 거실을 다같이 사용할 때는 몇가지의 occasion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누군가의 생일일 때 대리석 테이블에 맛있고 고급진 빵과 과자, 그리고 커피를 놓고 담소를 나눈다. 다른 경우에는 보통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에 나는 신촌집에서 본가에 오고, 유학생인 작은오빠는 한국에 왔을 때 우리 가족은 비교적 자주 거실에 모여 앉아 떠드는 것 같다. 



두번째 커뮤니티 스페이스는 밥을 먹는 곳+주방이다. 주로 주방에는 엄마와 아빠가 일을 하는데, 나는 오랜만에 무계획의 방학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엄빠를 도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설거지도 열심히 하고, 음식도 열심히 만들 예정이다. 그리고 그 음식을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이다! 밥을 먹는 곳은 당연히 밥을 같이 먹기 때문에 커뮤니티 스페이스가 되지만 사실 가족이 다같이 모여 밥을 먹는 경우는 별로 없다. 보통 아침밥의 경우 나와 작은오빠는 안먹을 때가 많고, 엄빠는 컨디션에 따라 먹기도 안먹기도 하며, 큰오빠는 꼭 먹는다. 점심의 경우에도 다들 자신의 스케줄에 따라, 배가 고플 때 먹고, 저녁이 그나마 다들 비슷하게 먹을 수 있는 시간대이다. 엄마는 아빠가 퇴근할 때를 기다려서 같이 밥을 먹고, 나와 작은오빠와 큰오빠는 보통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해서 더 일찍 먹지만 그렇다고 셋이 같이 먹는게 아니라 그냥 배가 고플 때 먹는다. 이렇게 밥 먹는 루틴 이외에 사실 중요한건 바로 주방을 내가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하숙집에서는 주방이 있지만 무언가 만들어 먹기에는 귀찮고, 눈치보이고, 치워야한다는 사실에 아무리 부지런해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게 라면, 토스트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무한한 시도를 할 수 있지 않는가? 어제도 나는 샹그리아를 만들었고, 오늘 나는 알리오 올리오를 만들어 볼 것이다. 


2. Unlimited food supply

역시 집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무제한 음식 공급... 물론 우리 집은 음식 창고가 아니기에 내가 원하는 모든 음식이 다 구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학생인 작은오빠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올 때 항상 우리 가족을 위한 초콜렛, 과자, 육포 등을 사온다. 그래서 현재 집에는 페레로 로쉐가 넘쳐나고, 육포도 넘쳐나며 진짜 맛있는 카라멜+솔티드 팝콘과 내가 고등학교때 좋아했던 한국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시리얼이 있다. 이렇게 우리 집에 자주 간식이 이렇게 많지는 않다. 하지만 작은오빠가 오는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이 되면 오빠가 사오는 간식이 많아서 이렇게 먹을게 많아진다. 뿐만 아니라, 우리 엄빠도 우리 가족이 완전체가 되었다는 사실에 맛있는 음식을 더 해주신다. 며칠 전 작은오빠가 입국했는데 엄빠는 그 날에도 갈비찜을 해주셨다. 사실상 평일에 아무런 일이 없을 때에는 집에서 먹을 게 정말 없다. 하지만 내가 집에 오래 머무는 시즌은 우리 집에 집이 많은 시즌인 것 같다. 집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자취나 하숙이라면 배달해먹지 못했을 것들을 배달해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엽떡이나 피자, 찜닭 등은 혼자 주문해먹기에 양이 매우 부담스러운데, 집에서는 내가 먹고 싶은건 주문하고 가족들이 같이 먹을 수 있다는 면에서 정말 좋다. 이러한 경우에는 위의 unlimited food supply에서 내 자신이 supplier이 되는 경우 같다. 


3. 편하다. 

정말 편하다. 진짜 편한 옷을 막 입고 다닐 수 있고,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볼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 바로 집이다. 나는 따뜻한 음료와 차가운 음료를 같이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데, 집에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따뜻한 티, 아빠가 만들어주신 그린쥬스, 물 이런식으로 다양한 음료들을 나열해놓고 마실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하숙집의 경우에는 이 정도로 다양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컵이 없고, 밖에서 이렇게 마실 경우에는 돈이 너무 많이 들거나 다른 사람이 날 정말 이상하게 볼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집이 더 편한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엄빠의 성격 덕분이다. 우리 엄빠는 나를 정말 사랑하시고, 나의 진로를 생각하면서 걱정을 해주시기도 하시면서도 잔소리를 하지 않기 위해 많이 노력하신다. 그래서 집에서는 우리 엄빠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