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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ry

190519 일기

19.05.19

[ 오늘의 일기 ]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변에 나에게 사랑을 주려고 하는 모든 사람들을 차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외롭다고 생각했다. 기댈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냥 가족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은 카톡을 보고 핸드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는 정말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다.

핸드폰에는 계속 알림이 온다. 이유는  친구들이 연락을 해서이다. 내가 계속 연락도 없고 카톡도 없어지고 전화도 안받고 인스타도 없애는 연락통로를 끊으니깐 친구들과 지인들이 걱정이 되어서 연락을 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온다. 

사실 내가 외롭고 사람들이 나를 중요시 여기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들의 연락을 씹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허물 수 없는 성을 내가 만들어놓고 그 성 안에 들어가서 계속 "나는 외롭다!"라고 외치는 셈이었던것도 같다. 

이제야 현실을 직시하는것 같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내 주변에는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다. 내가 연락이 몇 달째 안 되었을 때도 계속 내 옆을 지켜준 명*, 유*, 채*, 계속 전화해준 카통 팸, 언니들, 교회 친구들... 모두 다 내 주변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리고 걱정이 되어서 내게 연락을 했던 수많은 사람들... 모두 다 한결같이 나를 위해준 사람들이다. 

우울증 초기 나의 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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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스트레칭을 하고 운동을 하는데 조금 몸에 무리인것들이 예전보다 훨씬 힘들어졌다. 계속 참았더니 머리아프고 메스껍고 너무 힘들어서 울고 싶었는데 참고 한시간동안 운동을 했다. 그 이후 바 방에 가서 누워서 잤다. 몸이 너무 추워서 히터 틀고 전기장판을 켜고 1-2시간 낮잠을 잤다. 그리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할때 기분이 좋았다. 오늘 운동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건강한 호르몬이 나오는것 같기도 했지만 샤워 머리를 말리면서 다시 슬퍼졌다.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슬펐다-- 이게 우울증이니깐. 그리고 운동에 성공한 나를 칭찬하는 내 모습에 현타가 오기도 했다. 너무 사소한 사유로 날 칭찬하는 모습이 내가 보잘것 없어진 것 같았다.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된걸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평소보다 지식을 습득하고 편집하는 속도가 느려진 것 같다. 기억력도 퇴화된 것 같다. 스토리텔링을 하거나 정보를 요약해서 전달하는 일을 예전보다 훨씬 못한다. 뇌 기능 저하 같아서 걱정했는데 의사 선생님과 대화를 했더니 아니라고 하신다. 다행이다. 

우울증 이전에는 자살을 하고 싶은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한 번도 태어나서 자살을 생각해본 적도 묵상해본 적도 없었다. 죽음은 막연하게 두려운 것이었으며 동시에 천국을 갈 수 있는 묘한 통로이기도 했다. 그런데 우울증이 온 이후로 "내가 이렇게 무가치하고 쓸모가 없다면 왜 사는 것일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람 일은 참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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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주변 누구에게 물어봐도 항상 밝은 아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고,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이 안정적으로 자랐다. 난 항상 내가 이렇게 긍정적이고 밝게 살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닌가 보다. 건강한 사람도 감기에 걸리듯이 나도 마음에 감기에 걸렸었다. 그래서 힘들었고 이제 많이 회복을 했다. 그 회복에 도움을 준 진짜 소중한 친구들과 남자 친구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최근 우울증 기간동안의 나를 반면교사로 삼아 더욱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배려할 있는 내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나를 소중히 여겨준 사람들에게 연락을 다시 하고, 만나며 내 안부를 들려줄 때인 것 같다. 힘내자 소은!

HERE I GO! :)